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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소리의 숨결, 25년의 판을 다시 짜다
  • 2026-06-19 08:19
  • 조회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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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세계소리축제가 어느덧 25주년이라는 뜻깊은 지점에 섰다. 청년을 맞이한 축제는 화려한 외형적 치장 대신, 그 뿌리인 ‘판소리’의 본질을 되새기고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리의 숨결 모아 판으로’라는 키워드에서 엿볼 수 있듯, 올해 축제는 대규모의 기획공연보다는 전통적인 소리판의 생명력과 공동체적 정신을 회복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지난 16일 전주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진행된 프로그램발표회를 겸한 기자간담회에서 조직위는 ‘소리축제’가 나아갈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보였다.


이번 25주년 축제의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개막작 폐지’다. 그간 축제를 대표해 온 개막작을 대신해 올해부터는 간결한 개막식과 첫날의 무대로 대체한다. 이는 축제 조직위원회가 ‘공연 제작 단체’가 아닌 ‘기획 조직’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명확히 인식한 데서 출발했다. 


무리한 자체 제작보다는, 공연의 현장성과 일시성을 존중하며 ‘소리축제’의 근본인 ‘판소리 다섯 바탕’을 첫 무대로 올리는 것이 축제의 본질에 더 가깝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영화제와 달리 현장에서 호흡해야 하는 공연의 특성을 고려할 때, 불필요한 형식을 걷어내고 ‘판소리의정통성’을 회복하겠다는 조직위의 소신이 담긴 결단이다.


준비 과정이 결코 녹록지 않았음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최철 조직위원장과 김정수 집행위원장 선정까지 마무리된 것이 올해 2월이었다. 축제를 불과 6개월 앞둔 짧은 준비 기간과 조직 구성의 어려움, 지역 정치 환경 등 내외부적인 잡음은 준비 과정을 무겁게 누르고 있음은 곳곳에서 감지됐다.


이날 최철 조직위원장은 3년의 임기를 시작하며 꿈꿨던 평양과의 '공동 소리축제' 등 원대한 비전이 현실의 벽에 부딪힐까 우려하며,  마음 한구석의 복잡한 심경을 조심스레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비록 프로그램의 호불호가 갈릴지라도, 우리가 쏟아부은 진심만큼은 알아달라”며 조직위원들과 사무직원, 집행부의 헌신을 강조했다. 발표를 지켜보며 울컥했다는 그의 고백 속에는 25년 역사의 무게를 짊어진 책임감과 축제를 향한 깊은 애정이 녹아 있었다.


김정수 집행위원장은 축제의 외연을 확장하려는 시도 또한 구체적으로 밝혔다. 글로벌 프로그램 선정은 당장의 즉흥적인 결정이 아닌, 5년에서 7년 전부터 장기적인 계획 아래 추진되는 긴 호흡의 결과물이다. 앞으로의 축제는 그간의 유럽 중심 월드뮤직 네트워크를 넘어,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권의 월드뮤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계획이다. 이는 우리 전통의 정서와 현대를 잇는 깊이 있는 교류를 통해 세계인의 공감을 얻겠다는 단단한 각오다.


필자의 개인적인 관심이 큰 ‘프린지(Fringe)’ 공연은 보다 유연해졌다. 당초 장소를 고정해 아티스트를 모집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아티스트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공간에 대한 구속을 과감히 풀었다.


한옥마을, 대사습청, 전동성당, 연화점 도서관 등 전주를 상징하는 예술적 밀도가 높은 공간들을 적극 활용해, 접수된 아티스트들의 공연 성격에 맞춰 최적의 공간을 매칭할 방침이다. 무더위와 예측불가한 날씨를 고려해 야외보다는 공연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실내 공간을 중심으로 배치를 고민 중이라는 현실적인 판단도 더해졌다.


이와함께 조직위는 23회부터 한여름 개최에 따른 폭염과 기상 변수 등 장소 선정의 제약을 고려해, 내년부터는 다시 가을 축제로 일정을 복귀시킬 예정임도 밝혔다.


25회, 사반세기의 여정 앞에 선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각오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도 단단하다. 과거와 미래, 전통과 현대가 ‘숨결’이라는 하나의 고리로 이어지는 이번 축제는 25년간 쌓아온 발자취를 확인하고, 다음 세대를 향한 새로운 청사진을 그려내는 소중한 마당이 돼야 한다. 조직위가 약속한 것처럼, 역사와 진심을 바탕으로 예술가와 관객이 어우러지는 판을 만들어야 한다. 그 묵묵한 노력이 쌓일 때 전주는 비로소 세계인이 찾는 ‘가장 한국적인 소리의 성지’라는 명성을 공고히 할 것이다


오는 8월12일부터 16일까지, 전주는 다시 한번 뜨거운 소리의 판이 된다. 주어진 환경 속에서 축제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이들의 시간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기록이 될 것이다. 이 뜨거운 열기가 소리를 사랑하는 시민들과 전세계인들에게 위로와 기쁨을 주는 깊은 울림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기사원문보기] 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48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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