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세계소리축제가 올해‘더늠’을 주제로 움츠렸던 날개를 활짝 펴고 열흘간의 소리 여정에 나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온라인 상영과 제한된 관객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지난 시간을 뒤로하고 보다
풍성하고 밀도 있는 구성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포르투갈, 스페인 등 해외 5개국과 76회의 묵직한
공연들로 열흘간 전라북도 일대가 음악의 파노라마로 넘실댄다. 2022 전주세계소리축제는 16일부터
25일까지 축제 일정을 열흘로 늘리고, 주요 공간인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비롯해 부안 채석강,
치명자성지 평화의전당, 덕진공원 연화정도서관 연화루 등으로 장소를 넓혔다. 이 같은 변화는 지난
코로나 시기의 위협을 과감한 실험과 도전으로 극복한 수확을 다채롭게 녹여낸 결과다.
올해 라인업은 전통과 현대, 월드뮤직과 복합장르 등을 7개 섹션으로 편성해 각 프로그램의
성격과 지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섹션 1. 포커스 온 더늠 (Focus on 더늠)
올해의 주제를 잘 드러낸 섹션‘포커스 온 더늠’에는 개막공연 '백년의 서사'를 비롯, 전주세계소리
축제×KBS교향악단 '접점', '심청 패러독스', 'Bate Fado', '바르셀로나 플라멩코 발레', 폐막공연 'In C' 등이
포진한다. 판소리 100년, 근현대 소리꾼들이 시공을 초월해 이질과 동질의 서사를 그려낸 개막공연과
현대 미니멀 음악가 테리 라일리의 작품‘In C’를 30여 명의 연주자들이 함께하는 폐막공연이 눈길을 끈다.
KBS교향악단과는 다양한 전통음악 장르와의 협연을 통해 국악기와 소리의 다채로운 조화를 이뤄낸다.
몇 안 되는 해외 음악팀 중에서도 바트 파두와 바르셀로나 플라멩코 발레는 그 나라 전통음악과 춤,
그리고 새로운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예술가의 도전정신을 유려하게 풀어낸다.
정상급 소리꾼 방수미, 박애리, 정상희 명창이 함께하는 '심청 패러독스'. 지난해 춘향가를 입체적으로
연기해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세 여류명창이 올해는 심청가를 소재로 판소리의 색다른 해석과 현대적인
무대를 연출해낸다.
섹션 2. 오래된 결: 전통 (Being Heritage)
전통의 원형을 오롯이 담은 섹션‘오래된 결: 전통 (Being Heritage)’에는 소리축제의 근간을 이뤄 온
고도의 예술적 가치가 담긴 전통 브랜드 공연들이 자리한다. 대표 프로그램인 '판소리 다섯바탕'은
수궁가(왕기석), 춘향가(장문희), 적벽가(김도현), 흥보가(유태평양)를 통해 대한민국 최고의 소리 기량을
만난다. 이밖에 '산조의 밤'은 중견 연주자로서 해금 이동훈, 대금 원완철 명인이 출연해 기악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광대의 노래‘풍운(風韻)’'은 올해 설장구에 주목한다. 우도농악 명인 김동언, 최초의 여성 사물놀이
연주자 박은하, 정읍농악 성윤선, 고창농악 구재연 등이 출연해 설장구의 독보적인 멋과 기량을 선보인다.
판소리와 산조, 설장구를 통해 최고의 경지에 오른 실력파 연주자들의 호흡을 따라가다 보면, 전통예술이
안겨주는 깊은 몰입의 카타르시스에 빠져드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올해 소리축제가 공을 들인 프로그램
‘마스터 클래스’도 눈여겨 볼만하다. 덕진공원 연화정도서관에서 '김일구 명창의 광대가 이야기', '배현영
교수의 고음반 이야기', 최동현 교수의 '판소리 이야기' 등이 관객들을 만난다. 장르의 이해와 해설을 통해
예술과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시간이다.
섹션 3. 온고이지신 (Young & Frontier)
젊은 전통음악가들의 진지하고도 유쾌한 도전, '온고이지신(Young & Frontier)' 섹션에서는 미래의 전통을
만들어가기 위한 다채로운 실험들이 가득하다. 올해 심사를 통해 선정된 4개의 판소리 기반의 창작 작품이
'소리 프론티어 시즌2'를 통해 초연될 예정. 김봉영×김승진 '판소리극‘다시 쓴 엽서’'를 비롯, 소리극단 도채비
'도채비 ssul 적벽대전', 그레이바이실버 '사계의 사잇곡', 소리 '로큰롤 심봉사뎐' 등 극과 음악을 통해 판소리의
현대적 어법이 다채롭게 그려진다.
이외에도 올해 덕진공원 연화정도서관 연화루로 자리를 옮긴 '젊은 판소리다섯바탕'은 은은한 연꽃향을
배경으로 김정훈, 김나영, 김원기, 김주리, 정윤형 씨 등이 출연해 차세대 소리꾼들의 저력을 보여준다. 이밖에‘
오늘의 시나위’를 통해 동해안별신굿 이수자 방지원과 거문고 박다울, 해금 조진용, 아쟁 서수진 씨 등이 출연해
전통의 깊이 있는 이해와 독창적 실험으로 새로운 미래의 시나위를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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