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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통 96호]

“기자가 기대하는 2015 전주세계소리축제”


"오늘은 어린이들을 위한 날"…어린이소리축제 기대
김미진_전북도민일보 문화부 차장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매년 선보이고 있는 '어린이 소리축제'를 보면서 우리 아이 언제 키워서 이런데 데리고 가볼 수 있을까 생각했다.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는 낳기만 하면 데리고 가보리라 다짐했건만, 기어 다닐 때는 걸으면, 걸어 다닐 때는 뛰기 시작하면 가보리라 다짐만하고, 미루고 미루다 보니 정작 한 번도 소리축제를 아이와 함께 즐기지 못했다. 이제, 용기가 생겼다. 두둥~. 어느덧 다섯 살이 된 우리 아이. 엄마가 아프다고 엄살이라도 피우면, 눈물이 그렁그렁 해지는 철이 부쩍 든 우리 아가와 동행취재에 나설 요량이다. 물론, 우리 아이의 눈을 빌어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인지 철저히 분석해볼 참이니, 진짜(?) 기사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씀. 그동안은 가짜(?)였나? ^^ 어찌됐든 아이와 함께 동행하기로 마음먹은 만큼 사전에 프로그램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일은 필수다. 올 가을 소리축제는 역시 푸짐하게 차려진 '어린이 소리축제' 프로그램들을 살펴보니 역시나 기대된다.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같은 느낌이다. 가장 기대되는 프로그램은 판소리공장 바닥소리의 국악뮤지컬 '닭들의 꿈, 날다(10월 10일 오전 11시, 오후 2시)'다. 철저하게 '꼬꼬닭'을 좋아하는 우리 아이의 취향에 맞춘 선택이다. 그리고, '판소리 스토리 박스'에서 북도, 장구도 만져보고, 소리도 질러봐야겠지? 축제 기간 동안 우리 아이가 국악과 한층 더 가까워지고, 성장하는 시간이 되길 바라본다. 뽀로로야, 치로야, 타요야, 폴리야! 이젠, 너희들과 이별을 고할 때가 되었구나. 미안해~!



명인의 명불허전, 젊은 감성의 굿판
이세명_전북일보 문화부 기자


한옥마을이 가장 전주답다고 느껴질 때는 풍물소리가 울려 퍼지고 기접놀이의 용기가 관광객의 머리 위로 지날 때다. 이제 풍물, 즉 농악은 더 이상 농촌의 음악이 아니라 우리의 주요 문화콘텐츠를 넘어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인정받고 있다.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지난해 농악의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해 큰 굿판을 2개나 벌인다. 고정 프로그램인 '광대의 노래'와 폐막공연 '농악 Big Party'로 세대를 아울러 신명과 흥의 마당을 연다.
매년 명인의 삶을 풀어놓았던 광대의 노래는 '전북 농악 명인전'으로 꾸민다. 남원농악보존회, 부안농악보존회, 정읍농악보존회를 대표하는 국내 농악 명인 류명철(74), 나금추(77), 유지화(73) 선생의 개인놀이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귀한 자리로 여겨진다. 70이 넘은 나이에도 기예와 예술혼이 불타는 이들의 장구, 꽹과리 연주와 부포놀음 등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자체가 기대를 모은다.
농악은 흔히 사물놀이로 연상되지만 쇠, 징, 장고, 북, 고소, 태평소의 연주에 출연진의 화려한 상모놀이는 박진감과 생동감에서 비보잉을 능가한다. 사진이나 화면이 아닌 눈앞에서 벌어지는 연희는 눈보다 심장을 쫄깃하게 할 정도다.
풍물의 가장 큰 매력은 공연자와 관람자의 경계를 지우는 점이다. 호남우도니, 좌도니 이런 갈래에 얽매이지 않고 덩실덩실 박수를 치며 즐기는 자체가 목적이다. 풍년의 기쁨을 나누고 삶의 희로애락을 예술로 승화했기 때문이다.
폐막공연인 '농악 Big Party'는 이런 특징을 응집하는 무대로 기획됐다. 평소 국악을 대중에게 친숙한 형태로 보여주려는 젊은 예술인 150여명이 이 역할을 맡는다. 관객과 호흡하는 발걸음을 걷는 연희집단 The광대, 노리꽃, 전통창작타악그룹 유소, 합굿마을문화생산자협동조합, 여성타악연희그룹 도리, 전통연희단 청배, 피플 코리아 등이 역동감 넘치는 몸짓으로 관객과 호흡하는 굿판이 기다려진다.



소리하면 우리 소리지~
이수화_전라일보 문화부 기자


이런저런 소리들은 많지만 우리소리만한 게 있을까. 특별히 올해는 축제의 얼굴 격인 개·폐막식 모두 국악으로 야외에서 치러져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 다른 대표 프로그램 '판소리 다섯바탕'은 그 명성 그대로 한옥마을과 건지산으로 향한다.
개막작의 경우 지역 젊은이들이 한복이 아닌 기성복을 입은 채, 아니리 대신 랩을 하면서도 심청가 눈대목을 제대로 풀어낸 지난해 공연 덕택에 눈이 한껏 높아진 상황. 그 행보를 잇길 바라마지 않으면서 올해 '판소리 Big Party'를 살펴본다.
한 자리에 모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전북도립국악원 예술단과 전북지역 예술인 140여명이 같은 무대에 서는데다 그런 그들이 따로 또 같이 호흡을 맞추는 진풍경이 펼쳐질 전망이다. 그 장소가 탁 트인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이라면 감동과 열기는 더할 터.
지난해 농악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기념해 마련한 폐막공연에서는 전국의 젊은 농악 연희단이 한데 모여 농악을 집대성한다. 소리전당 야외공연장이 제 집 앞마당인 듯 뛰놀 청춘의 기운이 벌써부터 느껴진다.
판소리다섯바탕은 또 어떠한가. 한옥마을 향교문화관에서는 강경아 김소영 김세미 윤종호 주소연&최진숙이 농익은 소리판을 벌이고, 한국소리문화의전당 편백나무 숲에서는 젊은판소리다섯바탕 유슬기 이성현 김대일 안이호 이지숙 등 젊은 피가 우리 소리의 미래를 그려나간다.
더듬어보는 것만으로도 남다른 한국음악을 귀로 듣고, 마음에 새겨보고 싶다면 전주세계소리축제로 향하자. 예외없이 우리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결론에 다다를 것이다.



자유로운 선율, 시간을 삼키다
장라윤_전북매일 차장


가장 많은 곡을 쓴 작곡가 게오르그 필립 텔레만은 "민속음악가들 즉흥연주를 들어보며 단 일주일 만에 평생 쓸 만큼의 음악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란 말을 남긴 바 있다. 음악 아이디어를 위한 전공자들도, 아니면 일상에 지쳐 행복을 음악에서 찾기 위한 일반인도 '월드뮤직 빅 파티'에서 감각적인 즐김의 에너지를 충족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에 대한 잔상은 우리 몸이 저장한 언어들에 기반한다. 때문에 살아 온 풍토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부지기수. 만약 음악으로 그 데자부 현장에 마주한다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우리 전통 빛깔과 닮아있는 아이리쉬 선율이 깊숙이 잠들어 있던 우리 몸의 선율을 아낌없이 깨울 것이리라. 대숲에 떨리는 바람소리를 닮은 아이리쉬 휘슬과 달콤한 하프 선율, 속주의 여신처럼 연주자와 한 몸으로 리듬을 타는 피들에 합주가 어우러지면, 어느 순간 손가락은 물 만난 송어떼처럼 빠른 움직임을 탈 것이며, 탁!탁!탁! 발 장단과 고갯짓에, 순식간에 어깨까지 들썩이는 광경으로 치달을 것이다. 아이리쉬 음악이 5음계를 사용하면서 시간을 삼킨 우리 음악처럼... 그 정서적 메시지들에 공감의 '엄지 척!'을 들어 올릴지도 모를 일이다.
월드뮤직 빅 파티! 올해는 특히 아이리쉬 음악 연주자들이 두 팀이나 참여했고, 프랑스 샹송 싱어송라이터와 한국 재즈 정수를 보여주는 아티스트가 콜라보 무대를 준비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설렌다. 부피 있는 연주로 선사할 아일랜드 20인조 '클레어 메모리 오케스트라'가 첫 주자로 나서고, 광고 음악에서 이미 인지도가 높은 한국의 아이리쉬 밴드이자 에스닉 퓨전밴드 '두 번째 달'이 소리꾼 이봉근과 호흡이 예정돼 한국과 아일랜드 정서를 창조적 긴장 속 경계를 어떤 방식으로 타 나갈지 어떻게 신비하게 풀어낼 지 더욱 궁금해진다. 프랑스인마저 매료시킨 싱어 샹송 라이터 '쟌느 쉐랄'이 무대를 잇고, 한국 재즈계 이정표를 제시하는 박주원&말로가 한 무대에 설 예정이다. 격렬한 쾌감으로 무장한 박주원 속주와 말로가 전해주는 오묘한 음색이 '빅 파티'에 걸맞는 무대를 선사할 것이다.



한국의 명 테너 10인이 전하는 축복 같은 공연
조석창_전북중앙신문 문화부 기자


국내 명 테너 10명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선보인다. 소리축제 기간인 10월 11일 오후5시에 펼쳐지는 한국의 명창 명테너 10인의 '텐 테너스 콘서트'는 국내 중진에서 신진 테너까지 총 출동해 각자의 기량을 선보인다.
기존 이런 형식의 공연이 있었으나 이런 무게, 이런 규모의 공연은 처음이다. 전북출신의 김남두, 하만택 테너를 비롯해 신동원, 이정원, 윤병길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굵직한 테너들이 출연해 클래식 음악팬들과 소리축제 관람객들과 깊은 소통 및 교류의 장을 가질 예정이다.
프로그램도 눈여겨볼 만하다. 소리축제 의도에 맞게 각 테너들은 오페라 아리아 1곡, 국내 민요와 가곡 1곡씩을 선보이며, 마지막 무대는 특별출연하는 소프라노 신승아와 10명의 테너가 오페라 춘희의 '축배의 노래', 투란도트의 '공주는 잠 못 이루고'를 합창하며 대미를 장식한다.
한 무대에 중량감 있는 국내 최고 테너들이 총출연하니 당연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클래식 팬들은 벌써부터 이 무대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고 있으며, 이 공연 역시 소리축제에서 중량감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전주시립교향악단과 스칼라 오페라합창단이 협연에 나서 수준 높은 연주도 기대되고 있다.
신이 준 선물 중 가장 귀한 게 인간의 목소리이며, 이 중 테너는 최상의 성악 예술로 알려져 있다. 이번 소리축제에서 신이 인간에게 내려준 최상의 성악예술을 만끽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음악의 경계를 허문 '아름다운 비교' 더블빌
황경신 문화저널 편집기획팀장


사실 무엇이 됐든 '비교'를 하거나 혹은 당하는 것 둘 다 부정적인 마음이 먼저다. 우위를 가려내는 일은 무엇이 됐든 마뜩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아름다운 비교'가 있다.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단연 돋보이는 프로그램은 '더블빌'(전통공연과 월드음악의 동시공연)이다. 총 4개의 공연으로 이뤄진 더블빌 프로그램은 비교를 넘어 융합된 콜라보레이션 무대와 한 자리에서 듣는 동서양 명인들의 무대로 구성됐다.
정가악회&벤자밈 토브킨 트리오(10.7.15시. 소리전당 연지홀)가 만드는 콜라보레이션은 단순한 상상이 가지 않는 무대이다. 그윽하고 차분한 우리 정가와 브라질 현대음악가의 만남이라니, 정가의 정서와 남미의 열정은 너무 다르지 않은가! 하지만 극과 극은 통하는 법이니, 두 음악의 색다른 조우가 기대된다.
또 다른 콜라보레이션은 벨기에의 재즈 트리오와 지역을 대표하는 타악그룹 동남풍의 무대(10.11.15시. 소리전당 연지홀)다. 동남풍의 삼도농악이나 비나리는 빼놓지 않고 찾아보는 공연 중 하나이다. 국악에 별 흥미가 없어도 타악은 절로 신이 나는 구조를 지녔기 때문이다. 재즈 트리오와 정통 타악이 벌이는 무대도 잘 상상이 되지 않지 않지만, 동서양의 기운 센 자유로움이 무대에 넘치지 않을까.
황병기 명인과 일본의 천재 피아니시트 사토 마사히코의 연주(10.10.15시 소리전당 연지홀)를 한 자리에서 감상하는 무대는 일찌감찌 예매를 해둔 공연이다. 물론 황병기 명인의 연주만으로도 미리 감동이 쌓이지만, 함께 무대를 꾸미는 사토 마사히코와 우리에게는 낯설기만 한 스리랑카 전통음악을 모두 감상하는 일은 특별한 기획이 이뤄지는 축제에서만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음악의 경계를 허물고, 높낮이를 맞춘 각 국의 음악인들과 우리 국악인들이 이룬 공동작업에 나는 진즉 마음이 갔다. 무릇 '아름다운 비교'를 선뜻 내어주는 이 무대가 음악의 세계이며, 우리가 축제를 찾는 이유이다.


※ 기자 이름 순으로 게재하였습니다.

<축제 관람을 위한 1순위 체크 포인트 no.1>

<축제 관람을 위한 1순위 체크 포인트 no.2>

(사단법인 마당 백제기행) 평론가의 수다가 있는 하루쯤 음악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