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축제 예술성-대중성 융합 이룰지 기대감
집행위원장, 박칼린-김형식씨 선임
전북도와 소리축제조직위원회가 축제를 지휘할 인물로 예술성보다 대중적 이미지가 더 강한 인물을 택하면서 축제의 흐름을 예견케 했다.
그동안 정체성이냐, 예술성이냐를 놓고 매년 진통을 겪어야 했던 축제조직위는 방패막이가 될 조직위원장과 축제의 성격과 품질을 책임질 집행위원장 선임에 공을 들여 왔다.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 집행부 결정은 의외의 연속이다.
위원장 모시기가 쉽지 않았던 조직위는 안숙선 명창 등이 참여한 8인의 추천위를 처음 만들어 인물검색에 나선 가운데 예술 ‘문외한’이랄 수 있는 김한 전북은행장을 조직위원장에 선임했고 이어 7일 박칼린 뮤지컬 감독을 공동 집행위원장으로 선임하는 강단을 보였다.
박 씨는 김 위원장 추천 당시 함께 추천됐으나 이날에야 결정이 이뤄졌다.
조직위가 이날 “박칼린·김형석(공동집행위원장)씨를 통해 젊고 신선한 기획력을 수혈받고 공연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힌 것에서 알 수 있듯, 이들에 대한 세인의 관심만큼이나 기대도 크다.
특히 박 위원장에 대한 기대감은 축제를 기사회생시키는 자양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위원장은 뮤지컬 명성황후 등 뮤지컬과 음악감독으로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특히 최근 모 TV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보여준 흡인력과 카리스마, 따뜻한 이미지는 시청자들을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 갔고 대중적 인기를 한 몸에 받는 계기도 됐다.
판소리와도 인연이 깊다.
고 박동진 명창의 제자였고 그를 추천한 안숙선 명창에 사사하기도 했다.
장구·피아노·첼로 등 한국음악과 서양음악을 넘나들며 확장적 음악성을 발휘해 왔다.
이런 점에서 소리축제 조직위의 기대를 키운 셈이다.
국악과 판소리를 세계화하려는 조직위의 바람을 그가 가진 특유의 융합기능으로 대중적 감각에 맞게 각색하고 한국의 전통문화예술 분야에 독창성을 덧입힐 수 있으리란 기대가 읽혀진다.
소리축제는 10년 넘게 안숙선과 김명곤이라는 걸쭉한 인물이 지탱해 왔다.
안 명창은 이름뿐 아니라 재정적 출혈을 해가면서 애정을 쏟아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젊은이 사이에 예술성보다는 대중성이 돋보이는 박 공동집행위원장이 갑자기 얼굴을 드러내면서 지역 국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영원한 숙제인 대중성과 예술성 사이에서 소리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깜짝 놀랐다”는 한 국악인은 “전통을 지키는 어른들이 들으면 뭐라고 할 것이다”면서 “그 사람은 국악을 잘 알고 있고 작곡·지휘·MC도 잘 하지만 소리축제는 판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그는 “막을 열어 봐야 알겠지만 젊은 세대에 걸맞은 축제에만 힘을 기울이지 말고 전통을 기둥으로 세운 뒤 나머지를 세워달라”고 당부했다.
양약 이미지에 치우치지 말고 전주 이미지를 지켜달라는 그는 그러나 “비난만 앞세우지 말고 한 번 지켜보고 잘 하면 칭찬해 주자”고 말했다.
이런 기우를 의식한 듯 김한 조직위원장은 “판소리를 기본으로 보다 많은 사람이 감동할 수 있는 축제를 만들겠다”고 말했고 박 집행위원장도 “김형석씨와 함께 우리 소리와 세계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축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간섭받기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진 박칼린 집행위원장이 정체성과 예술성의 접점을 찾기 위해 어떤 ‘고집’을 피울지 문화계를 비롯한 도민들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소인섭기자 i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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