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속 소리

[ 새전북신문] 20년지기 친구 '거대한 음악놀이' 꿈꾸다
관리자 | 2011-06-01 09:34:00 | 2533

20년지기 친구 '거대한 음악놀이' 꿈꾸다


 

[새전북이 만난 사람]박칼린-김형석 소리축제 집행위원장
 
 2011년 05월 31일 (화) 15:19:33 조석창 기자  jsc@sjbnews.com  
 
 


     
  ▲ 박칼린   

 
한때 대한민국은 박칼린 리더십이 화제로 떠오른 적이 있었다. 개성이 강한 연예들을 상대로 아마추어 합창단을 지휘하며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것이다. 특유의 리더십이 모든 사람을 감동시킨 하모니로 탄생된 것이다.

그런 박칼린이 전주에 왔다. 오랜 음악친구인 작곡가 김형석씨와 전주세계소리축제 공동집행위원장에 임명된 것이다.

“뮤지컬엔 소통과 신뢰만 있을 뿐, 위아래를 구분 짓지 않는다. 모두가 똑같기 때문이다. 또 리더는 내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따라주는 사람이 만들어 주는 자리다”로 첫 말문을 뗀 박 위원장은 이런 방침을 소리축제에 접목할 계획이다.

장르를 불문하고 퀄리티가 높은 공연에 소리축제 장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장르는 국경이 없다는 말처럼 음악을 하나의 장르로 구속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장르 구분보단 그 작품의 테크닉, 예술성, 창의성이 우선돼야 한다. 올해 소리축제는 이같은 공연을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장르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 어쩌면 자신의 태생을 빗댄 은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박 위원장은 최근 한 방송에서 어린 시절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외침에 받았던 충격, 수시로 미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생활 터전을 바꾸며 힘들었던 사춘기 시절을 밝힌 바 있다. 이것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음악적 스타일을 결정짓는 계기가 됐을 터, 때문에 소리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그의 시각은 당연한 결정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은 “내 몸에 여러 피가 섞여 있다. 마찬가지로 올해 공연은 여러 장르가 한 곳에 모인 축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소리를 소리로 한정한다면 작은 축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 판소리도 창 외에 사설, 몸집 등이 있고 무용이나 연극도 소리와 결코 분리할 수 없다. 다양한 것들이 조합돼야 소리가 나오듯, 소리의 다양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 김형석


그렇다고 전통을 버리자는 것은 아니다. 전통을 고수한 부분엔 그간 소리축제가 공헌했음을 인정했다. 기존대로 전통을 중심으로 하되 주변에 다양한 장르를 배치하자는 복안이다.

집행위원장 제의를 받았을 때 고민도 털어놨다. 소리축제 첫 해부터 번역 등 어떤 식이든 관여를 해왔지만 집행위원장 자리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박 위원장은 “왜 나를 불렀을까 고민했다. 김명곤, 안숙선 전 조직위원장들도 친하게 지내고 있는데, 사실 중압감이 들었다”며 “하지만 오랜 친구인 김형석씨가 함께 한다길래 무조건 승낙했다. 부담되고 난감했지만 지금은 무척 재밌다. 재밌는 축제를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통 국악인이 아니라는 점이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게 현실이다.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나름대로 해법을 제시했다.

박 위원장은 “김형석씨나 나나 모두 국악계에 깊게 개입되지 않은 게 장점이다. 하고 싶은 데로 덤빌 수 있다. 하지만 무대를 보는 눈은 같다. 퀄리티를 가장 우선순위를 매길 예정이다”고 밝혔다.

침묵을 지켰던 김형석 집행위원장도 말문을 텄다. 김 위원장은 “국악을 전공하지 않은 저로선 소리축제가 새로운 도전으로 여길 수 있다. 지방색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공연을 제시하는 것이 큰 도전이지만 결국 이 공연들을 끄집어내는 방식은 평소 하는 방식서 벗어나지 않는다. 이런 의미에선 새로운 도전보단 평소 하던 일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은 “매주 운영위원회 회의 차 전주에 오고 있다. 둘이 교대로 해 일부 우려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박칼린씨완 20년을 함께 해왔다. 축제도 결국 음악을 통해 이뤄진다는 시각은 같다”며 “나 역시 왜 우릴 선정했을까 많은 고민도 했다. 무엇을 보여줄까, 무엇을 제공할까? 결국 동서양과 신구가 화합할 수 있는 재미있는 축제 만들기에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가 이루고 싶은 것은 그동안 터덕대고 있던 소리축제의 브랜드화였다. 김 위원장은 “시간적으로 늦은 감을 있지만 1차적으론 소리축제 브랜드를 정립하는데 주안점을 두겠다. 우선 대중적 프로그램을 선보이겠지만 전통을 지키되 3년 임기동안 판소리를 알리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국악을 지켜야 할 사명감이 있지만 현재로선 너무나 위축된 상황이다. 이게 소리축제의 한계로 작용했고 그간 10년 동안 고민과 이슈와 화두가 돼 왔다”고 말했다.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정체성’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그는 “소리축제는 현재 변화냐 계승이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짧은 시간에 이것을 해결하는 것을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결코 외면하지는 않겠다”며 “‘전주세계소리축제’ 이 단어 안에 소리축제가 나아갈 방향이 다 제시돼 있다. 3년 뒤엔 전주 하면 세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겠다. 여기엔 잘 보존된 우리 뿌리도 선보인다. 뿌리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대담하게 그리고 겁 없이 덤벼볼 수 있는 것 아니냐? 어마어마하게 재밌는 축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정체성은 어찌 보면 우리 스스로 만든 이데올로기에 갇힌 것일 수 있다. 불필요한 소모전이다”며 “일단 소리축제를 대내외적으로 히트시켜 신명나게 연주할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 우리가 뽑힌 이유가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단 지킬 것은 철저하게 지킨다. 국악명인들에게 최고의 자리를 만들고 우리는 새로운 자리를 만들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리축제 브랜드다”고 제안했다.

/조석창 기자 jsc@sjbnews.com

 

박칼린-김형석은 누구?

현 뮤지컬 기획자이자 대학교수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박칼린(43) 소리축제 공동집행위원장은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서 첼로를 전공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서 국악을 공부했다.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탁월한 능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으며 대한민국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그는 미국 국적을 소유한 탓에 고 박동진 명창의 수제자가 되지 못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극단 에이콤 음악감독을 시작으로 뮤지컬 미녀와 야수(2004), 사운드 오브 뮤직(2006), 시카고(2008), 아이다(2010) 등을 거쳐 뮤지컬 틱틱붐(2010), 넥스트 투 노멀(2011) 연출을 담당했다. 현재 호원대 방송연예학부 뮤지컬 주임교수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2010 KBS 연예대상 특별상을 비롯헤 제6회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 문화예술부문, 제3회 스타일 아이콘 어워즈 문화예술부문서 수상키도 했다.


김형석(44) 공동집행위원장은 대한민국 대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로 대중문화계 마이더스로 평가받고 있다. 박칼린 신임 위원장과 막역한 사이로 대중들 욕구와 시대적 트렌드를 읽어내는데 귀재로 알려져 있다. 실용음악 전문인력 양성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엄마를 부탁해’, ‘겨울 나그네’ 등 다수의 뮤지컬 음악을 작곡, 편곡하면서 한국 뮤지컬 부흥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호원대 실용음악과 교수와 키위뮤직 대표를 지내고 있으며 2002년과 1997년 KBS가요대상 작곡상, 1998 SBS 가요대상 작곡상, 제1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한국콘텐츠진흥원장 표창 등을 받았다.

 /조석창 기자 jsc@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