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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90분
유료
8세 이상 관람가
이지영, 이용구 명인의 깊이 있는 연주
즉흥성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산조의 매력
전주세계소리축제를 대표하는 브랜딩 공연 ‘산조의 밤’은 독창성과 예술성을 지닌 산조의 음악적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무대를 선사한다. 단단한 내공과 공력을 가진 연주자의 악기별 산조를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는 시간! 올해는 이지영 명인의 이지영류 가야금산조와 이용구 명인의 천추산류 단소 산조를 만날 수 있다. 산조가 지닌 매력과 전통의 오롯함을 깊이 있게 느껴보고 싶다면 이 공연을 놓치지 말자!
이지영류 가야금산조
산조의 역사는 ‘모방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서 모방이란 ‘창조를 위한 모방’이다. 그것이 지난 20세기 산조를 만드는 방식이었고, 그런 방식은 지금까지 줄곧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새롭게 산조를 만드는 방식에 있어서 이러한 모방과 답습에서 벗어난 산조가 존재할까? 존재한다. 이지영류 가야금산조가 그렇다. 이지영은 산조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미적 정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기존에 존재하는 산조의 가락과 겹치지 않는 산조를 만들어냈다. 실로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하면서 확실하게 밝힐 게 있다. 이지영이 만든 산조의 창작방식은 기존의 민속악명인의 방식과도 다르지만, 서양음악을 전공한 작곡가들의 방식과도 전혀 다르다. 이지영은 이러한 독창적인 산조를 만들기 위해서 기존의 판소리는 물론 범패, 서도소리, 굿음악 등을 모두 섭렵하였다. 거기서 가야금산조에 적합한 가락을 발굴했고, 그것을 자신의 가야금수법과 공력을 통해서 녹아냈다. 이지영산조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이지영류 가야금산조는 ‘홀애비줄’로 시작한다. 가야금 12줄 중에서 8현에 해당한다. 이 줄은 가야금산조에서 12줄에서 같은 음정의 줄이 없다. 지금의 모든 산조에서 이런 음정을 출발하는 산조는 이지영류 가야금산조가 유일하다.
이 산조는 전통적인 산조질서와 미감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이지영류만의 독특한 성취가 있다. 산조가 전반적으로 이지적인 태도를 견지하면서 전개하고 있지만, 가락과 장단이 변화면서 매우 다채롭게 정감이 넘치는 정서를 드러낸다. 이렇게 변화무쌍한 산조가 지금까지 존재했을까.
이지영은 기존의 전통 장단을 연구해서, 자신의 산조에 그런 장단을 용해시키면서 더욱 진화시켰다. 산조의 역사를 보면 처음에는 진양조 중모리 자진모리의 세 틀 구조였다. 그러다가 장단의 변화가 만들어졌다. 1950년대에는 농악의 리듬을 바탕으로 해서 가야금산조의 단모리가 만들어졌다. 이런 역사를 비춰본다면, 이지영의 이러한 새로운 장단에 의한 산조가락은 ‘독창적인 자연스러움’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청보2장과 반첩엇모리가 그렇다.
이지영 명인에 의해서 만들어진 이러한 산조는 기존의 판소리역사와 비교해볼 때 창조적인 ‘더늠’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가야금의 생리를 가장 잘 알기에 가능한 기교적인 더늠을 통해서 익숙한 새로움과 낯선 긴장감을 조화롭게 공존시키고 있다. 이지영명인은 이지영류 가야금산조를 통해서 21세기적 산조창작에 있어서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였다.
전추산류 단소 산조
한국의 고유한 악기는 모두 산조가 존재하나, 단소는 산조가 탄생이 늦어졌다. 이건 단소라는 악기의 특성과 연결이 된다. 단소는 취구가 작고 지공의 개수가 적어 산조의 필수라 할 수 있는 농음(弄音絃) 구사가 어렵다. 또 청아하고 단정한 느낌의 단소는 인간의 희노애락의 모든 정서를 녹아내기에는 적당한 악기가 아니라고 인식되었다. 특히 산조특유의 음계를 연주하기에는 단소라는 악기는 부적합하다는 인식이 있었다. 따라서 대금산조는 일찍이 존재했지만, 단소산조는 그러하지 못했다.
이런 산조의 특성이자 한계를 극복하면서 단소산조를 확립한 이가 추산 전용선(秋山 全用先, 1890~1965)이다. 선비들의 풍류음악에 익숙한 전용선은 민속악인과 어울리면서 단소산조의 세계를 확립하였다. 단소산조의 역사를 보면 전용선 외에도 한문숙, 유동초, 강봉근, 최옥삼 등이 단소 산조를 연주했다고 전한다. 한반도가 분단되면서 북쪽에 정착한 최옥삼은 단소의 명인이기도 했다. 그는 단소를 이용해서 무용음악을 작곡했고, 그 음악에 맞춰서 최승희가 춤을 추었다. 그 음악은 비록 산조라고 불린 건 아니지만, 산조 특유의 특성이 잘 녹아있다.
지금 우리가 접하는 단소산조는 전용선을 거쳐서 이생강에게 이어졌다. 이생강류 대금산조의 명연주가로 알려진 이용구명인은 청소년기부터 단소를 잘 불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는 대금산조와 단소산조를 양수겸장(兩手兼將)하는 이용구명인은 가히 죽신(竹神)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단소산조 특유의 화려한 농음 체계를 구축해냈다. 기존해는 불가하다고 생각했던 산조특유의 흔드는 음, 흘러내는 음, 꺾는 음, 죄는 음 등이 이용구명인의 단소를 통해서 다양하게 구사된다.
이 산조는 계면조로 위주로 전개하는데 거기에는 두 개의 계면조가 공존한다. C본청 계면조와 G본청 계면조가 서로 넘나들면서 단소산조 특유의 묘한 매력을 전해준다.
이 산조의 장단 구성은 느린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로 이어진다. 산조의 말미는 대략 두 가지의 방식이 있는데, 하는 무장단으로 연주하는 방식이고, 또 하나는 중모리로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이용구 명인이 연주하는 전추산류 단소산조는 ‘푸는 중모리’로 단정하면서도 세련되기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