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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소리통 113호]

영상, 자막, 무대의 변신... 판소리는 진화한다! '전통'이란 무엇일까, 옛것이지만 현재에도 통하는 그 무엇.

판소리의 전통을 놓고 끊임없이 고민해 온 소리축제가 올해 또 한번 새로운 실험에 나섭니다.
판소리의 멋은 고스란히 살아 있으면서도 영상과 자막, 무대 디자인을 통해 정적이고 단조로웠던 무대가 화려하고 동적인 모습으로 변화하게 될텐데요~
모악당 무대 위에 세워진, '새로운 무대와 객석'을 통해 이전엔 존재하지 않았던 '콜로세움 무대'를 선보입니다.
가장 권위 있고 규모 있는 '모악당'으로 귀환한 우리의 안방마님 '판소리'!
소리축제가 '모던한 판소리'의 끝판 왕 '판소리다섯바탕'을 선보입니다!

왕기석 <보성소리 강산제 심청가>


9. 30(금) 19:00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세련된 연기와 원숙한 기량으로 무장한 대한민국 창극의 별★
우리 시대 대표 명창 왕기석에게 듣는 절정의 '강산제 심청가'

왕기석은 정읍 출신으로 오래 동안 국립창극단에서 주역으로 활동하다가 귀향하여 현재는 정읍시립국악단장을 맡고 있다. 국립창극단에 입단할 때는 최연소 단원이라는 타이틀이 붙기도 했다. 2014년에는 박초월 바디 <수궁가>로 전라북도 중요 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로 지정받았다. 왕기석은 목이 우람할 뿐만 아니라, 오랜 창극 활동을 통해 축적된 세련된 너름새, 그리고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현대 남창 판소리를 대표하는 명창이다. 게다가 왕기석은 지금 가장 기량이 원숙한 시기이다. 그러므로 이번 공연에서는 가장 수준 높은 <강산제 심청가>를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지윤&임현빈 <김세종제 춘향가>


메종 드 판소리(Maison de Pansori)

10. 1(토) 15:00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조상현으로부터 남자소리를 배운 박지윤!
이난초로부터 여자소리를 배운 임현빈!
정상급 소리꾼들이 살롱에 앉아 빚어내는 '춘향가'의 농밀한 서사

박지윤과 임현빈은 같이 40대 소리꾼으로서는 정상급에 속하는 소리꾼들이다. 박지윤은 소리 실력으로는 최고 수준에 이른 명창이다. 판소리에서 가장 이상적인 목소리로 치는 애원성으로 저음에서 고음까지를 막힘없이 구사하며, 깊이 있는 감정 표현으로 청중을 감동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임현빈은 어려서부터 이름을 날린 소리꾼으로 국립창극단과 남원시립국악단에서 주역으로 활약한 지 오래되어, 이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중견 소리꾼으로 인정받고 있다. 남성으로서는 맑은 목을 가졌으며, 성량 또한 풍부하여 듣는 사람을 압도한다.
박지윤과 임현빈 두 사람의 판소리를 통해서 우리 판소리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 보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 두 사람이 이제 막 깊이를 더해가는 우리나라 남녀 판소리의 현재를 가장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살롱처럼 꾸며진 무대에서 러브스토리 '춘향가'를 선보인다.

서정민 <정광수제 수궁가>


10. 1(토) 19:00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완숙을 기다리는 패기…경지에 이른 서른일곱 젊은 소리꾼 서정민
그를 통해 판소리의 미래를 엿 볼 창이 열린다!

서정민은 이일주의 제자다. 이일주의 목구성을 닮았고, 이일주의 소리 기교를 잘 구사한다. 게다가 가장 기교적인 소리꾼인 안숙선에게도 배웠다. 그러므로 서정민의 소리를 통해 음악적으로 한층 깊어지고 기교적인 동초제 <수궁가>의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수궁가 무대는 마치 한편의 애니메이션을 연상케할 것이다. 전북의 지역작가인 이봉금 작가의 삽화가 배경 영상을 장식한다. 서정민은 이제 서른일곱의 젊은 소리꾼, 이번 '판소리 다섯 바탕' 출연자 중에서 막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맑고도 힘찬 목소리로 상하청을 두루 잘 구사하는 서정민의 판소리는 이미 수준 높은 경지에 이르러 있다. 완숙하지는 못했지만 완숙을 기다리는 패기를 그의 소리에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만큼 서정민의 판소리는 우리 판소리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창이라고 할 만하다.

김선미·김찬미·양은희·원진주·정수인의 '흥보가'


<판소리 런웨이>

10. 2(일) 15:00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5인 5색 연기력으로 무장한 모던하고 세련된 흥보가의 서막!
2016년 소리축제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문 중의 하나가 바로 '판소리 다섯바탕'의 <흥보가> 공연이다. 판소리에는 한 사람의 소리꾼과 한 사람의 고수가 출연한다. 그러나 근대 들어 판소리가 서양식 무대에 적응하면서 여러 가지 변화된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연극처럼 꾸민 창극, 여러 사람이 배역에 따라 소리를 나누어 부르는 입체창과 분창, 여러 사람이 같은 대목을 함께 부르는 제창 등 매우 다양한 형식이 출현하여 판소리 공연 양식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영상으로는 전북과 전주의 한옥 사진이 활용된다. 지역의 작가들에게 전북과 전주의 한옥 사진들을 촬영했다.
이번에 공연하는 <흥보가>에는 3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의 다섯 창자가 출연한다. 또 몇몇 대목에서는 창극을 보여주기도 할 것이다. 이 공연에서 중점을 두는 것은 새로운 무대의 창조이다. 소리는 전통을 따르되 무대 표현에서는 다양한 실험을 통해 새로운 판소리를 창조한다는 것이 이 공연의 주된 목표이다. 이들은 <흥보가> 속에서 놀며 다양한 판소리의 변이 양식을 실험적으로 보여줄 것이다. 젊은 명창 다섯이 펼치는 <흥보가> 무대는 공연 양식의 다양성과 함께 다양한 소리의 맛을 한꺼번에 맛볼 수 있는 값진 기회가 될 것이다.

김명숙 <박봉술제 적벽가>


10. 3(월) 15:00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판소리는 연륜의 예술'…오랜 수련에서 우러나오는 깊이 있는 소리,
박봉술로부터 이어져 온 가장 기교 있는 적벽가를 만난다!

이번에 <적벽가>를 부를 김명숙은 김일구로부터 <적벽가>를 배운 사람이다. 또 염금향과 성우향으로부터 성음 중심의 판소리라고 하는 보성소리를 먼저 배운 사람이다. 그러므로 김명숙은 박봉술의 <적벽가> 중에서도 가장 기교적인 <적벽가>를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적벽가'는 중국에 근거를 두고 있는 작품인 만큼, 적벽가 전 대목에 쓰인 한자를 영상으로 제작한 모던한 병풍, 파사드와 함께 진행된다. 김명숙은 나이에 비해 늦게 이름을 얻은 명창이다. 목이 다소 거칠어서 이를 가꾸고 다스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랜 연륜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깊이를 담고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도 한다. 판소리는 연륜의 예술이다. 판소리에는 인생의 온갖 굴곡이 다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로서는 다 이해 못할 인생의 깊은 맛은 연륜이 쌓여야 비로소 느끼고 표현할 수 있다. 글/최동현 군산대 교수·판소리 연구가